야설카테고리가 없으니. 1화 어린엄마 자작입니다 . (스크롤 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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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큰 소리가 났다. 차승우는 그 아침, 잠옷 차림으로 복도를 달렸다. 바닥이 차가웠다. 안방 문 앞에서 손이 먼저 가 노크를 했다. 첫 만남은 갑작스러웠고, 당황스러웠다. 데려온 날의 흰 신발, 식탁의 접시 세 개. 어머니라는 소리는 한참을 숨었다가 겨우 나왔다. 다섯 달이 어떻게 흘렀는지는 몰랐다. 기환이 있던 다섯 달이었다. 허영은 없었다. 첫 인사부터 그랬다. 같이 살기 시작하자 십 원 한 장 쓸데없이 쓰지 않았다. 거스름을 받아 지갑에 넣는 손이, 요즘 또래치고는 너무나 달랐다. 그 다름 때문에 어머니라는 말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어제까지는 말이다. "아버지." 대답이 없었다. 안에서 다은의 숨이 갈라져 있었다. 승우는 문을 열었다. 다은이 잠옷 차림으로 침대를 짚고 기환의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울먹임과 당황이 같은 얼굴에 붙어 있었다. 기환은 미동조차 없었다. 이불이 목까지 단정했다. 아주 깊은 잠에 든 사람 같았다. "안 일어나요." 호칭이 없었다. 승우의 손목이 기환의 손목 위에 얹였다. 차가웠다. 아버지는 그렇게 곁에서 멀어져 여행을 떠났다. 가슴이 먼저 먹먹해졌다. 정신이 아득해졌고, 슬픔과 알 수 없는 감정이 같이 밀려왔다. 승우는 그 한가운데에서 전화를 찾았다. 119에 댔다. 잠옷 소매가 귀에 닿았다. 안방, 아침, 차가움. 순서대로 말했다. 정신이 없었으나 신고는 끝까지 했다. 현관 벨이 사이렌보다 먼저 울렸다. 경찰이 먼저였다. 방진복을 입은 사람들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카메라가 이불 쪽으로 향했고, 셔터가 났다. 기환의 얼굴, 손목, 베개. 다은이 그 모습에 벽 쪽으로 물러섰다. 울먹이던 얼굴 위로 당황이 더 덮였다. "집에서 사망하시면 절차상 그렇습니다." 경찰이 승우에게 설명했다. 현장 보존, 사진. 단어가 짧았다. 화가 올라왔다. 아버지가 절차가 되고 있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절차라는 말에 숨을 고르고, 승우는 조금 진정했다. "고인분과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질문이 다은에게 갔다. 다은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승우가 대신 말했다. "아버지의 배우자입니다. 새어머니입니다." 경찰의 시선이 다은에게서 승우에게로, 다시 다은에게로 갔다. 방진복 사이로 당황이 잠깐 비쳤다. 사진이 더 찍혔다. 과학수사대가 안방을 몇 번 오갔다. 신발 커버, 장갑, 가방. 기환은 그 사이로 이불을 덮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들어온 뒤에야 아버지를 모셨다. 다은이 문틀을 잡고 있었다. 승우는 그 어깨를 짧게 붙잡았다. 다은, 이라는 이름이 입 앞에서 멈추고, 새어머니라는 말이 경찰 서류처럼 남았다. "병원 갑니다." 다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울음은 나와 있었고, 말은 없었다. 승우는 그 등을 구급차 쪽으로 밀듯 이끌었다. 사이렌이 성북 언덕을 내려갔다. 〔·〕 검안실의 불은 하얗고 차가웠다. 의사가 손목과 가슴을 보고, 종이에 짧게 적었다. 급성 심근경색. 어젯밤까지 밥을 남기지 않던 사람의 이름이 그 옆에 붙었다. 경찰 쪽에서 부검 이야기가 나왔다. 집에서 돌아가셨으니, 확인 차원에서. 승우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 않겠습니다." 목소리는 짧았다. 화를 낸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를 더 열어 보지 않겠다는 말에 가까웠다. 서류가 넘어갔다. 〔·〕 정신없이 빈소가 차려졌다. 상복을 입은 다은이 영정 옆에 앉아 있었다. 멍했다. 조문객이 허리를 숙여도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슬픔보다 더한 것이 승우의 가슴에 먼저 앉아 있었다. '뭐가 그렇게 급하셨습니까. 이제 행복하실 일만 남았는데.' 곁에서 이렇게 갑자기 가시면, 이라는 말이 목까지 왔다가 죽었다. 충격이 그 자리를 메웠다. 다은은 상복을 입은 채로 빈소를 지킬 뿐이었다. 몇십 분이 지나자 다은의 부모가 들어왔다. 승우와 나이 대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많아 봐야 열 살. 새어머니의 부모라 부를 자리가, 외조부 외조모라 부를 자리가, 둘 다 없었다. 두 사람이 영정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재력을 계산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딸을 두고 먼저 간 사위를 보는 얼굴이었다. 그 뒤로 친어머니 쪽 외조부모도 왔다. 이수경의 부모였다. 제사 때나 보던 두 분이, 다른 여자의 상복 옆에 섰다. 정신이 없었다. 얼떨떨함이 조문 순서보다 먼저 왔다. 〔·〕 손님은 끊기지 않았다. 회사 쪽도 오기 시작했다. 이사부터, 하나둘. 기환테크 로고가 상장 사이에 섞였다. 생전에 너그럽고 호탕했으며 직원을 아끼던 사람이었다. 급작스러운 부고에 당황한 것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승우는 짧게 고개를 숙여 받고, 짧게 보내 주었다. 빈소의 향이 손가락에 배었다. 외할아버지가 승우 쪽으로 걸어왔다. 친어머니의 아버지였다. 상장 옆에서 손을 잡듯 팔을 잡았다. 외할머니는 그 뒤에 서서 영정과 승우를 번갈아 보았다. 두 분 다 정신이 없었다. "승우야. 이게… 무슨 일이냐. 어제까지 나랑 통화도 했는데. 이게…" 말이 끝까지 가지 않았다. 어제까지 멀쩡했다. 통화도 했다. 징후라는 것이 없었다. "……네." 승우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 받을 말이 없었다. 아버지는 외동이었다. 친가 쪽으로는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이제 계시지 않았다.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아버지가 정말 힘들어하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빈자리가 생기면 티내지 않으려 더 자상해지는 사람이었다. 친어머니 쪽 부모님께도 잘했다. 재혼 소식을 알렸을 때 두 분은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할 때가 되었다고, 오히려 두 손을 들고 반겼던 분들이었다. 그 두 손이 지금은 영정 앞 향로 옆에 내려앉아 있었다. 외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었다. 승우는 그 팔꿈치를 짧게 받쳐 드렸다. 빈소의 조명이 네 사람의 상복을 같은 색으로 비췄다. 친구들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얼굴, 회사 밖에서 보던 얼굴. 어깨를 두드리고 위로를 건넸다. 승우는 고개를 숙여 받았으나,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말의 온도가 손끝까지 오지 않았다. 그것보다 다은의 상태가 신경에 쓰였다. 영정 옆에서 상복 소매를 쥔 채, 아직도 멍했다. 조문 인사가 스쳐도 고개가 늦게 움직였다. 승우는 다은의 부모 쪽으로 갔다. 외조부라 불리우는 사람들 앞이었다. 자리의 이름이 아직 안 맞았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님을… 조금 챙겨 주십시오." 어머님, 이라는 말은 나왔다. 나온 뒤에 입 안이 남았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딸 쪽을 보는 눈이 먼저였다. 승우는 잠시 밖으로 나왔다. 장례식장 뒷문에 밤공기가 닿았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연기가 손가락 사이에서 곧게 올랐다가 깨졌다. 허망했다. 너무 갑작스러웠다. 이게 맞나, 라는 생각. 아니, 현실인가, 라는 생각. 머리가 아팠다. 필터 끝이 축축해질 때까지 그 두 문장만 반복됐다. 〔·〕 잠시 들어가니 장례식장 쪽에서 상주를 찾고 있었다. 서류, 서명. 승우는 이름을 쓰고, 도장을 누르고, 다음 줄을 받았다. 자정이 넘어서야 잠시 앉아 쉴 수 있었다. 향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영정 앞으로 가늘게 섰다. 멍한 눈으로 그 선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줄고 장례식장이 조용해지고 나서야, 그 울음이 크게 터진 것 같았다. 다은이 상복 소매로 얼굴을 막은 채 어깨를 떨었다. 향 연기가 흔들렸다. 승우는 살며시 앉아 등을 쓸어 주며 달랬다. 손바닥 아래로 상복의 천이 얇았다. "괜찮습니다." 목소리는 짧았다.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만, 많이 사랑한 것 같았다. 기환의 다정함을 따라온 사람이 영정 앞에서 그렇게 울고 있었다. 의붓외조부라 부를 두 분이 아직 남아 있었다. 딸의 등을 먼저 맡아도 되는 자리였다. 그런데도 자신이 진정시키는 편이 맞는 것 같았다. 이 집의 상주였고, 이 빈소의 남은 어른이 승우 쪽이었기 때문이었다. 두 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일어나 오지 못하고, 멀리서 딸과 승우를 보고만 있었다. 장례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게, 삼 일이 지났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둘이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에 신발이 두 켤레뿐이었다. 안방 문은 닫혀 있었다. 피곤함과 슬픔이 집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망신고도 아직 남아 있었다. 서류가 가방 속에 구겨져 다녔다. 그 와중에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 유산과 유서 문제였다. 유서는 재혼 전부터 이미 작성되어 있었고, 배우자 몫만 얹힌 뼈대였다. 팔십오 퍼센트는 승우, 십오 퍼센트는 배우자. 집과 회사는 승우 쪽이었다. 다은이 그 숫자를 듣더니 머리를 저었다. "돈이 다 무슨 소용이에요." 울음이 다시 시작됐다. 계산하는 울음이 아니었다. 기환이 빠진 자리에 퍼센트만 남은 울음이었다. 승우는 짧게 변호사에게 알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빈 거실에서 다은의 어깨가 떨렸다. 승우는 그 옆에 서서, 호칭을 붙이지 못한 채 휴지만 내밀었다. 그렇게 며칠이나, 울음은 집에서 떠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빈자리가 승우에게도 컸다. 식탁의 상석이 비어 있었고, 구두 소리가 복도에 다시 나지 않았다. 승우는 마당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이층 안방 불이 며칠째 꺼져 있었다. 새워 그 창을 보다가, 포기했다. 식사는 거르는 것 같았다. 그릇이 그대로였고, 부엌 불이 켜지는 시간이 없었다. 이러다 사람 잡겠다 싶어, 억지로라도 식탁에 앉혀 죽이라도 먹이고 싶었다. 말은 입 앞에서 멈췄다. 충격이 큰 쪽은 자신보다 저쪽이었다. 다은 씨. 아니, 어머니 쪽일 테니. 그 소리도 마당의 연기 속에서만 굴렀다. 승우는 필터를 비벼 끄며, 슬픔이 조금 멀어질 때까지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리고 몇 주 뒤, 선이 언제 넘어갔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때부터였을까. 늦은 밤이었다. 승우는 목이 말라 눈을 떴다. 커튼 틈으로 마당의 가로등만 희미했다. 시계는 세 시를 조금 넘긴 뒤였다. 이불 속의 열이 목까지 올라와 있었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다시 잠들 자리가 없었다. 복도 바닥에 맨발이 닿았다. 차가웠다. 자기 방 쪽 불은 켜지 않았다. 손님방 쪽도 꺼져 있었다. 이층 끝, 안방 쪽으로 눈이 가기도 전에 소리가 먼저 왔다. 신음이었다. 어렴풋하고, 가늘고, 끊겼다 이어졌다. 듣고 싶어 듣게 된 것은 아니었다. 부엌으로 가려던 발걸음이 문턱에서 한 번 멈췄을 뿐이었다. 가느다란 숨 아래로 낮고 일정한 진동이 섞여 있었다. 사람 손이 내는 리듬이 아니었다. 기계의 소리였다. 짧아졌다가 다시 고르게 울렸다. 그 위에 다은의 숨이 겹쳤다. 이름을 붙이기 전에 몸이 먼저 알아들었다. 안방 문은 조금 열려 있는 것 같았다. 불은 꺼져 있었다. 틈이 검고, 그 검 사이로만 두 소리가 복도를 타고 왔다. 유혹처럼 벌어진 문은 아니었다. 닫히다 만 문에 가까웠다. 닫히다 만 문이, 이 집에서는 닫힌 것과 같았다. 당황스러웠다. 승우는 안방 쪽으로 한 걸음도 더하지 않았다. 말썽 한 번 없는 아들의 매너가, 발목을 붙잡았다. 엿보는 자리로 가면 돌아올 곳이 없었다. 그는 그대로 계단을 내려갔다. 난간이 손바닥에 차가웠다. 부엌 타일도 차가웠다. 컵을 꺼내 물을 받았다. 냉장고 모터가 한 번 돌다 멈췄다. 그 멈춘 자리에 안방의 진동이 더 분명해졌다. 이층에서 내려온 소리가 싱크대 스테인리스에 작게 맺히는 것 같았다. 승우는 컵을 입에 댔다. 물이 목을 지나가는데도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아랫배가 먼저 뜨거워졌다. 잠옷 아래로 몸이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외면하려 했으나 외면은 생각이 하는 일이고, 몸은 이미 듣고 있었다. 컵을 싱크대에 내려놓을 때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했다. 조심하는 손이 이미, 그 신음을 알고 있었다. 스물둘이었다. 어린 엄마의 신음이었다. 어머니라고 부르기 어려운 나이의 숨이, 죽은 사람의 안방에서 나고 있었다. 기환이 아침에 차갑게 누워 있던 그 이불 쪽에서, 지금은 진동과 숨이 나고 있었다. 모르는 척해 보려 했으나 흥분이 먼저 왔다. 승우는 계단을 다시 올랐다. 복도를 빠르게 지나 자기 방으로 들어왔다. 문고리를 끝까지 돌려 닫았다. 손잡이가 잠기듯 맞물렸다. 그래도 들렸다. 벽이 얇아서가 아니었다. 집이 너무 조용해서였다. 둘만 남은 밤의 집은 소리를 삼키지 않고 옮겼다. 안방의 진동이 복도를 건너 방문 너머까지 왔다. 신음이 한 번 높아졌다가 이불에 묻히는 것처럼 낮아졌다. 승우는 불을 켜지 않은 채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다은 씨. 아니, 어머니. 둘 다 이 소리 앞에서는 자리가 없었다. 잠옷 밑이 당겼다. 손을 내리면 선이 분명해질 것 같아, 무릎 위에 손을 올려 두었다. 손가락이 저렸다. 천장만 보고 있으려 해도 귀가 먼저 안방 쪽으로 가 있었다. 진동이 잠깐 멈췄다. 숨만 남았다. 가늘고, 젖은 듯한 숨. 다시 기계가 돌았다. 이번엔 조금 더 빨랐다. 다은의 신음이 짧아졌다. 이름을 삼킨 소리, 누구를 부르지 못하는 소리. 승우는 이불 끝을 쥐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렸다. 모르는 척은 방에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이미 부엌에서, 컵을 든 손으로, 끝나 있었다. 그는 그대로 누워 천장을 보았다. 마당의 가로등이 커튼을 한 줄만 밀어 넣고 있었다. 안방 쪽이 한동안 더 울렸다. 그러다 진동이 잦아들고, 신음이 끊기고, 집이 다시 넓어졌다. 넓어진 집이 더 조용했다. 승우는 눈을 감았다. 감아도 그 가느다란 숨이 복도 끝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선은, 이미 그쪽에서 넘어와 있었다. 방으로 들어와 억지로 잠을 청했다. 눈을 감았다. 이불을 턱까지 올리지 않고, 숨만 고르게 만들려 했다. 잠에 들려던 찰나였다. 아니, 잠에 들었을까. 얼마나 더 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칠 때쯤 아래가 뜨거웠다. 따뜻하고 축축한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쩝, 하는 소리가 이불 밑에서 났다. 입이었다. 젖은 혀가 잠옷 천 위로 열을 옮기다, 틈새로 살을 찾았다. 천천히, 축축하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모르는 척했다. 눈을 뜨지 않았다. 숨은 잠든 사람처럼 두었다. 말썽 한 번 없는 아들이 할 수 있는 거짓은, 모르는 척뿐이었다. 잠옷 바지가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허벅지를 스치며 벗겨졌다. 찬 공기가 잠깐 스쳤다가, 입이 다시 왔다. 천이 없어진 자리라 더 직접이었다. 쩝 소리가 더 진해졌고, 침이 뿌리 쪽으로 흘러 허벅지 안쪽을 적셨다. 그리고 무언가가 위로 올라왔다. 무게가 허벅지를 짚고, 배가 배를 덮고, 아까 입보다 더 뜨겁고 미끌거리는 것이 끝을 삼켰다. 천천히 내려앉았다. 속이 열리며 조여 왔다. 다은의 숨이 승우의 목 근처까지 가까워졌다. 머리카락이 턱을 간질였다. 반응하기 싫었다. 허리를 밀어내지 않았고,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눈을 뜨지 않았다. 몸은 솔직했다. 이미 단단해진 것이 그 미끌거림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맥이 한 번, 제멋대로 뛰었다.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승우의 눈이 살짝 떠졌다. 가로등 빛은 커튼 한 줄뿐이었으나, 그걸로 충분했다. 위에 앉은 사람은 전라였다. 새어머니, 다은이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적당한 가슴이 숨에 맞춰 흔들렸다. 피부는 새하얬고, 목에서 배로 이어지는 선에 그림자가 거의 없었다. 내려앉을 때마다 그 가슴이 작게 출렁였고, 다은은 입술을 깨문 채 신음을 애써 참고 있었다. 참아도 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래가 더 분명했다. 원래 그런 건지, 밀어 낸 건지 알 수 없으나 음부는 매끈했다. 왁싱한 자리처럼 결이 없었고, 그 매끈한 살이 승우를 삼킨 채 오르내리고 있었다. 하얀 허벅지가 그의 옆구리를 짚고, 내려앉을 때마다 젖은 소리가 짧게 났다. 호칭이 눈앞에서 무너졌다. 어머니라는 자리와, 지금 흔들리는 가슴이 같은 사람에 붙어 있었다. 승우는 눈을 더 뜨지 않았다. 살짝 열린 틈으로만 그 전라를 담은 채, 숨은 여전히 잠든 척 두었다. 그녀가 이름을 불렀다.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아니, 부르듯 내뱉었다. 흐느끼며, 소리치듯. 내려앉는 허리와 같이 나왔다. 끝이 갈라져 있었고, 다음 숨이 울음인지 신음인지 붙잡을 수가 없었다. "기환 씨… 기환 씨." 가슴이 흔들렸다. 입술을 풀고 낸 소리는 참던 것보다 컸다. 울음이 섞인 건지, 흥분에 섞인 건지, 승우는 구분하지 못했다. 같은 목에서 두 결이 한꺼번에 나왔다. 아래에선 여전히 뜨겁고 미끌거렸고, 그 열 위로 죽은 사람의 이름만 떨어졌다. 승우는 눈을 더 붙이지도, 더 뜨지도 않았다. 숨은 잠든 척 두었다. 이름만, 이불 사이로 선명했다. 사정감이 올라왔다. 허리가 먼저 굳고, 뿌리 쪽이 뜨겁게 당겨졌다. 이대로 싸버리면, 정말 선을 넘어버린다. 듣는 선이 아니라 넣는 선이었다. 승우는 숨을 잠든 사람처럼 붙잡아 두며 참으려 했다. 참는 편이 더 이상했다. 자고 있는 사람이 허리를 참고, 이를 악물고, 맥을 늦추는 일은 없었다. 참을수록 숨이 깨졌고, 깨진 숨은 눈을 뜬 것과 같았다. 다은의 속이 조여 올 때마다 참을 자리가 줄었다. 하얀 가슴이 한 번 더 흔들리고, 가는 신음이 이름 대신 새어 나왔다. 결국 허리가 제멋대로 떠올랐다. 짧게, 한 번. 잠든 척이 무너질 만큼만. 뜨거운 것이 그녀의 안을 채웠다. 맥이 몇 번 뛰고, 미끌거리던 속이 그 열을 받아 더 조여 왔다. 선은 그 순간에 넘어가 있었다. 승우는 눈을 붙인 채, 안에 사정하고 나서야 숨이 다시 길게 나왔다. 다은의 허벅지가 떨렸다. 아직 내려앉은 채로, 그 열이 사이로 새지 않게 붙어 있었다. 다은은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속이 아직 뜨거웠다. 방금 들어온 것이 빠지지 않게, 허리를 살짝 조인 채 승우의 숨만 들었다. 고르고, 길었다. 잠든 숨이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왔고, 그 다음이 죄였다. 입 안에 아직 기환 씨, 가 남아 있었다. 부른 이름은 남편이었고, 아래에 있는 사람은 그 아들이었다. 두 가지가 같은 밤에 겹친 것이 믿기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무게를 한쪽으로 옮겨 무릎을 침대 밖으로 뺐다. 빠지는 순간 뜨거운 것이 허벅지 안쪽으로 흘렀다. 다은은 숨을 삼켰다. 소리가 나면 안 됐다. 승우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잠옷 위 가슴이 고르게 오르내렸다. 살아 있는 사람의 잠이었다. 안방에서 식어 가던 잠과 달랐다. 그 다름이 목을 조였다. 바닥에 내려놓은 옷을 주웠다. 잠옷 상의를 먼저 걸쳤다. 단추를 잠그지 않고, 바지를 한 다리씩 넣었다. 손이 떨렸다. 흥분이 남은 건지, 울음이 남은 건지, 자기도 구분하지 못했다. 다만 이 방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기환이 없는 안방으로 돌아가는 발도, 이 아들의 이불에서 내려오는 발도, 맞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불을 끌어 승우의 허리까지 덮었다. 잠옷 바지는 침대 밑에 남아 있었다. 건드리지 않았다. 모르는 척의 반대편에서, 그녀도 모르는 척을 완성하고 싶었다. 문고리를 아주 천천히 돌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복도에 새지 않게, 틈을 몸으로 막으며 나갔다. 가로등 빛이 맨발에 닿았다. 안방 쪽 문은 아까처럼 조금 열려 있었다. 다은은 그쪽으로 가지 않고 손님방 손잡이를 잡았다. 닫힌 안방이 등 뒤에서 차가웠다. 승우는 눈을 붙인 채 그 모든 것을 들었다. 무게가 사라지는 느낌, 흘러내리는 열, 옷깃, 이불이 덮이는 손, 문. 새어머니의 발이 복도를 건너가는 동안에도 숨은 잠든 척이었다. 문이 닫혔다. 다은은 손님방 어둠 속에 서서 허벅지를 오므렸다. 흘러내린 것이 잠옷 가랑이를 적셨다. 기환 씨, 라고 불렀던 목이 아직 아렸다.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을 다른 몸 위에서 냈다는 것이, 이제야 몸으로 도착했다. 울음이 다시 올라왔으나 소리는 내지 않았다. 이 넓은 집에서 기댈 어른은 방금 그 방의 사람뿐이었다. 그 사람에게 이렇게 하고 나온 자신이, 손님방 문짝에 이마를 붙인 채 오래 서 있었다. 다은은 문짝에서 이마를 떼고 손님방 침대에 누웠다. 이불이 차가웠다. 몸을 웅크리면 잠옷 가랑이가 허벅지에 붙었다. 아직 축축했다. 천장을 봤는데도 천장은 보이지 않았다. 이 방은 안방이 아니었다. 기환의 체온도, 그의 숨도 없는 방이었다. '내가 미쳤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 안에서만 굴렀다. 안방에서 기계를 켜던 손이 자기 손이었고, 복도를 건너 그 방에 들어가 이불을 들춘 발도 자기 발이었다. 자고 있는 줄 알았다. 알아야 했다. 몰랐으면 더 나았을 일이 아니었다. '기환 씨 이름을 불렀어.' 허리가 아직 욱신거렸다. 안에 남겼다 빠진 열이 배 아래를 무겁게 눌렀다. 사랑해서 결혼했다. 돈이 아니라 그 사람이 다정해서 이 집에 왔다. 그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없어졌고, 남은 어른은 아들뿐이었다. 그 아들 위에 앉아 남편의 이름을 냈다. 내가 미쳤나. 다은은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 올렸다. 숨이 천에 막혀 뜨거워졌다. 울음이 눈가에 고였으나 소리 내어 울면 복도가 다시 열릴 것 같았다. 승우는 잠든 척도, 진짜 잠도, 이쪽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이불을 덮어 주고 나온 손이 아직 떨렸다. '내일 얼굴을 보면 어쩌지.' 식탁이 떠올랐다. 접시 두 개. 어머니라는 소리가 겨우 붙었던 자리. 그 소리를 받을 사람이 아니다. 아들로 부를 수도 없다. 방금 그 사람의 것을 안에 담고 누워 있는 자신이, 손님방 침대 한가운데에서 아주 작아졌다. 눈을 감았다. 감아도 기환의 얼굴과, 잠든 척하던 승우의 눈꺼풀이 겹쳤다. 다은은 무릎을 더 끌어 모으며, 같은 문장만 반복했다. 내가 미쳤나. 〔·〕 문이 닫힌 뒤에도 승우는 눈을 뜨지 않았다. 이불이 허리까지 덮여 있었다. 그녀가 끌어 준 자리였다. 잠옷 바지는 침대 밑에 남아 있었고, 아래는 아직 축축했다. 안에 남긴 열이 식지 않은 채, 빈 공기만 허벅지 사이에 남아 있었다. 기환, 이라는 소리가 이불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승우는 천장을 보았다. 가로등 한 줄이 커튼을 밀고 들어와 있었다. 듣는 선이 끝나는 곳이 여기가 아니었다. 허리를 떠올린 그 짧은 움직임, 그녀의 속, 이름. 모르는 척은 문이 닫히고 나서야 할 일이 없어졌다. 이미 끝난 거짓이었다. 손님방 쪽이 조용했다. 안방 문틈도 조용했다. 둘만 남은 집이 다시 넓어졌다. 승우는 이불 끝을 쥐었다가 놓았다. 호칭이 입 안에 없었다. 다은 씨도, 어머니도, 이 밤의 몸 위에는 올릴 수가 없었다. 잠은 오지 않았다. 창 너머로 마당의 어둠이 조금 옅어지기 시작했다. 내일의 식탁이, 접시 두 개가, 말 없는 아침이 복도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승우는 눈을 다시 감았다. 감는 것과 잠드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 알람이 울렸다. 승우는 그것을 끄고도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이불이 허리까지 덮여 있었다. 그녀가 끌어 준 자리였다. 잠옷 바지는 침대 밑에 남아 있었다. 그는 그것을 집어 빨래 바구니에 넣었다. 셔츠를 입고, 단추를 잠그고, 넥타이를 매었다. 거울 속에서 호칭을 골랐다. 어머니. 다은 씨. 둘 다 입 안에서 죽었다. 승우는 커프스만 잠그고 방을 나왔다. 손님방 문은 열려 있었다. 안쪽은 비어 있었다. 〔·〕 부엌에서 밥 냄새가 났다. 식탁에 접시가 두 개였다. 국이 김을 올리고 있었고, 물이 먼저 따라져 있었다. 다은이 가스불을 끄고 돌아섰다. 가방이 현관 쪽에 기대어 있었다. 몇 주 전에는 죽도 못 넘기던 사람이었다. 그릇이 그대로 남고, 부엌 불이 꺼져 있던 집이 있었다. 조금씩 숟가락을 들더니, 지금은 곧잘 먹었다. 밥도 차렸다. 승우의 구두 소리가 타일에 닿았다. 다은이 고개를 들었다가, 눈이 닿기 전에 접시 쪽으로 내렸다. "나오셨네요. 밥 드세요." 승우는 의자를 빼며 고개를 숙였다. "잘 먹겠습니다." 수저가 먼저 움직였다. 밥은 따뜻했고, 간은 세지 않았다. 상석이 비어 있는 식탁에서 두 사람만 숟가락을 들었다. 다은이 반찬 접시를 조금 밀어 주었다. 승우는 집기만 했다. 어색했다. 국물을 떠먹는 소리가 너무 컸다. 다은의 손가락이 물컵 언저리를 한 바퀴 돌았다. 승우는 그 손을 보지 않았다. 자신도 그릇만 보았다. '어머니.' 소리가 되기 전에 숟가락이 입 안에 들어갔다. 다은 씨, 도 같이 삼켜졌다. 맞은편에서 그녀가 밥을 작게 씹었다. 시계가 한 번 울렸다. 승우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밥을 남기는 편은 아니었으나, 오늘은 조금 남았다. 다은이 물만 마셨다. "다녀오겠습니다."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고개가 늦게 끄덕여졌다.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었다. 두 켤레 중 한 켤레가 나가는 소리였다. 다은은 식탁에 남은 채, 아직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문이 닫혔다. 승우는 차 열쇠를 쥔 채 마당을 건넜다. 시동을 걸었다. 안방 창은 꺼져 있었고, 손님방 커튼만 조금 열려 있었다. 어머니라고 해야 할지, 다은 씨라고 해야 할지. 기어를 넣는 동안에도 그 두 소리만 입 안에 남아 있었다. 둘 다 내지 않고, 출근했다. 〔·〕 문이 닫힌 뒤에도 다은은 숟가락을 내려놓지 않았다. 밥이 아직 따뜻했다. 맞은편 자리가 비어 있었고, 상석도 비어 있었다. 현관 쪽 가방이 그대로 기대어 있었다. 나가야 되나. 그 생각이 먼저 왔다. 기환 씨가 그렇게 된 뒤로, 이 집에 남아 있는 이유가 자꾸 얇아졌다. 아들의 집이었다. 갈 곳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가겠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나가면 진짜 돈만 보고 결혼한 것 같았다. 비싼 선물을 거부하던 손이, 다섯 달 만에 짐을 싸는 손이 되는 꼴이었다. 그게 더 싫었다. 고작 다섯 달이었다. 외로움과 슬픔과 그리움이 목을 막았다. 어제 참지 못한 것이 그뿐인 것 같았다. 사랑해서 이 집에 왔는데, 그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없어졌고, 남은 어른은 방금 출근한 사람뿐이었다.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다리가 먼저 오므라들었다. 그 생각이 닿는 순간, 가랑이 사이가 축축해졌다. 밥 차리던 옷 아래로 팬티가 살에 붙었다. 다은은 물컵을 내려놓았다. 얼굴이 뜨거워지고, 배 아래가 무거워졌다. 식탁에 앉아 있을 자리가 아니었다. 접시를 그대로 두고 계단을 올랐다. 손님방 이불이 아직 구겨져 있었다. 다은은 그 위에 누웠다. 손이 배 위로 갔다가, 내려갔다. '안 되는데. 미친년이야, 나.' 그 문장이 짧게 스쳤다. 손가락은 이미 팬티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음부가 젖어 있었다. 끝이 쉽게 미끄러져 안으로 들어갔다. 축축한 살이 손가락을 삼켰다. 엄지가 클리를 비볐다. 신음이 터졌다. 다른 손으로 입을 막았으나, 막혀도 새었다. 빈 집이 그 소리를 옮기는 것 같아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승우는 이미 나갔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데도 막았다. 손가락이 두 개가 되었다. 허리가 작게 떠올랐다. 어제 밤이 눈앞에 남았다. 잠든 척하던 숨, 안에 차오르던 열. 기환 씨, 라고 부르면서 그 아들 것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크기가 떠올랐다. '기환 씨 것보다… 컸어.' 그 생각이 오는 순간 손가락 사이로 물이 더 새었다. 부끄러움이 흥분을 덮지 못했다. 클리를 비비는 손이 빨라졌고, 신음이 손바닥 밖으로 커졌다. 이름을 부르던 목이, 지금은 아무 이름도 내지 못하고 소리만 냈다. 다은은 무릎을 오므리며 허리를 떨었다. 이불이 주먹 안에서 구겨졌다. 미친년이야, 라는 말이 숨 끝에 다시 걸렸으나,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 손가락이 더 들어갔다. 젖은 살이 벌어지며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손님방 이불 속에서 그 소리가 너무 분명했다. 다은은 이를 악물었으나, 허리는 손을 따라 작게 움직였다. 안쪽이 손가락을 삼키고, 빼낼 때마다 물이 따라 나왔다. 흥분이 커졌다. 커질수록 손가락만으로는 모자랐다. 두 개를 넣어도, 클리를 비벼도, 허전했다. 배가 당겨졌다. 다은은 손을 빼며 일어났다. 손가락이 빛에 젖어 있었다. 바지를 제대로 올리지 않은 채 복도로 나왔다. 안방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어젯밤과 같았다. 닫히다 만 문. 그쪽으로 발이 갔다. 구석에 상자 하나가 낮게 놓여 있었다. 기환 씨와 쓰던 장난감이었다. 뚜껑을 열자 차갑고 매끄러운 것이 손에 닿았다. 손가락에 묻은 젖음이 그대로 옮겨졌다. 다은은 침대에 누웠다. 다리를 벌리고, 젖은 곳에 끝을 맞댔다. 이미 열려 있어 쉽게 밀렸다. 밀어 넣었다. "아흑…" 신음이 크게 터졌다. 입이 막히지 않았다. 빈 안방이 그 소리를 받았다. 안쪽이 자기도 모르게 더 젖어들었다. 들어가는 길이 미끄러웠고, 허리가 그것을 삼키듯 떠올랐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안방 구석까지 났다. 다은은 이불을 움켜쥐고 끝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아침 빛이 발목에 닿아 있었다. 장난감은 그 사람의 것이었고, 젖은 곳은 어제 그 아들을 받은 곳이었다. 눈을 감아도, 허리는 멈추지 않았다. 허리가 빨라졌다. 장난감이 들어갈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안방을 채웠다. 다은은 이불을 움켜쥔 채 이름을 불렀다. "기환 씨… 기환 씨." 어제와 같은 이름이었다. 오늘은 그 사람 것이 안에 있었다. 목이 갈라졌다. "아, 씨발…" 그 소리가 자기 입에서 나온 줄 몰랐다. 욕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기환 씨 앞에서도, 학교에서도, 이 집에서도. 그런 말이 신음 사이로 새어 나왔다. 다은은 놀란 눈으로 천장을 보다가, 허리가 한 번 더 접혔다. "박아줘." 혼잣말이었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내는 동안에는 몰랐다. 장난감을 쥔 손이 더 깊이 밀어 넣었고, 안쪽이 한꺼번에 조여 왔다. "기환 씨… 씨발, 박아줘." 몸이 먼저 갔다. 허리가 뜨겁게 떨리고, 발가락이 구겨지고, 안쪽이 장난감을 물고 놓지 않았다. 물이 손목까지 흘렀다. 신음이 이름을 덮고, 욕을 덮고, 마지막엔 소리만 남았다. 오르가즘이 지나고 나서야 손이 멈췄다. 장난감이 아직 안에 있었다. 다은은 천장을 본 채 숨을 몰아쉬었다. 입 안에 기환 씨, 와 박아줘, 가 같이 남아 있었다.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알고 보니, 이미 한 뒤였다. 안방의 아침 빛이 허벅지 안쪽의 젖은 자리를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 퇴근은 정시에 가까웠다. 일이 일을 밀고 가다 보니 창밖의 불이 먼저 켜져 있었다. 승우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한 채 성북 언덕을 올랐다. 현관 앞에 서서 열쇠를 찾았다. 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대답이 없었다. 신발이 한 켤레 남아 있었고, 거실 불은 꺼져 있었다. 식탁의 접시는 치워진 뒤였다. 다은은 보이지 않았다. 씻는 중이겠거니, 했다. 승우는 구두를 벗고 바로 계단을 올랐다. 자기 방으로 가려던 길이었다. 욕실 문이 열렸다. 수건 한 장. 다은이 그 한 장만 두른 채 나오고 있었다. 머리가 젖어 있었고, 물기가 쇄골에서 수건 끝으로 내려가 있었다. 승우의 얼굴이 먼저 돌아갔다. 그보다 다은이 더 굳었다. 눈이 닿기 전에 그녀의 눈이 커졌다. 수건을 가슴 위로 끌어 올리는 손이 늦었다. 목까지 붉어졌다. 어제 일이 어제 일이었으나, 지금 이 복도는 그 일이 아니었다. 인기척이 없어서였다. 현관의 소리가 물소리에 묻힌 것이다. 승우는 벽 쪽을 보았다. 고개가 그쪽을 보지 않으려 더 굳었다. 다은이 먼저 움직였다. 젖은 발로 안방 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문이 빠르게 닫혔다. 수건 자락이 문틈에 끼었다가 빠져 들어갔다. 복도가 다시 넓어졌다. 승우는 그 자리에 한 걸음도 더하지 않았다. 자기 방 손잡이를 잡을 때까지, 안방 문 너머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방에 들어왔다. 문을 밀고, 옷을 갈아입었다.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 승우는 그것을 확인하지 않았다. 평소보다 이른 퇴근이 문제였다. 회사는 인수인계가 한창이었다. 업무를 보다가 피곤이 먼저 왔다. 그래서 조금 일찍 돌아왔다. 실수라면 실수였다. 바지를 입는데 아랫배가 불끈 섰다. 어제 밤이었다. 방금 전의 수건 한 장이었다. 조금 아플 정도로 커덕거렸다. 이대로 내려가면 민망했다. 흥분이 그 민망함보다 먼저 왔다. 승우는 책상 쪽으로 갔다. 노트북을 열었다. 동영상을 잘 보는 편은 아니었다. 이 상태보다는 풀어 주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헤드폰을 썼다. 소리가 귀로만 들어왔다. 바지를 내렸다. 손이 내려갔다. 이 나이에 자위라는 생각이 스쳤다. 차라리 이게 나았다. 쥐는 손 아래로 방금 복도의 물기가 남았다. 모르는 척하려 했으나,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은 것이 실수라면, 그것도 실수였다. 틈이 조금 남아 있었다. 〔·〕 다은은 옷을 입었다. 안방에서 수건을 벗고 단추를 잠갔다. 얼굴이 아직 뜨거웠다. 인기척이 없어서 나온 것이었으나, 나온 쪽은 자신이었다.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아무 말도 없이 문을 닫고 들어온 것이 더 이상했다. 복도에 나왔다. 승우는 보이지 않았다. 자기 방 쪽 불이 틈으로 새고 있었다. 다은은 그쪽으로 다가갔다. 뭘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라는 소리를 내려던 발이었다. 틈 사이로 하반신이 보였다. 바지가 내려가 있었고, 불이 켜진 책상 아래에서 그것이 커다랗게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 손으로만 짐작하던 것보다 컸다. 커덕거렸다. 헤드폰을 쓴 채, 승우의 손이 그것을 쥐고 있었다. 다은은 침을 삼켰다. 이러면 안 되는데. 어쨌든 아들인데. 의붓이고, 나이가 많지만. 그런데 저건. 이성이 그 문장에서 끊긴 것 같았다. 문을 살짝 밀고 들어갔다. 헤드폰 때문에 승우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그림자가 책상 옆까지 갔을 때야 고개가 돌아왔다. 승우가 놀랐다. 손이 멈추고 숨이 깨졌다. 말이 나오기 전에 다은이 손가락을 입 앞에 세웠다. 조용히 하라는 손짓이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그것을 입에 넣었다. 끝이 혀에 닿고, 더 깊이 삼켜졌다. 뜨겁고 컸다. 어제 어둠 속에서 안에 들어오던 그것이, 이번에는 목 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승우의 허리가 짧게 굳었다. 헤드폰이 한쪽으로 빗겼다. 다은은 고개를 숙인 채, 더 삼켰다. 〔·〕 쩝, 하는 소리가 났다. 질척이는 소리가 그 위에 겹쳤다. 다은의 혀가 빨라졌다. 기둥을 혀로 미끄러지듯 핥고, 손으로 아래를 잡은 채 머리를 움직였다. 침이 손목까지 흘렀다. 깊어질 때마다 큭, 하는 소리가 목에서 새어 나왔다. 몇 번이었다. 그래도 빼지 않았다. 승우의 손바닥이 허공에 떠 있었다. '안 되는데.' 그 생각이 먼저 왔다. 그러나 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릎 꿇은 새어머니, 숙인 머리, 자기 것을 삼키는 입. 어제 어둠 속에서는 당황이었다. 지금은 달랐다. 원하는 쪽으로 보였다.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욕정이 먼저 일어났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 문장도 짧게 스쳤다. 손은 이미 다은의 머리 위로 올라가 있었다. 손가락이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갔다. 더 깊게 눌렀다. "큭… 큭." 다은은 그 소리를 내면서도 빼지 않았다. 목이 열리며 더 깊이 삼켜졌다. 코가 배에 가까워지고, 손이 승우의 허벅지를 짚었다. 헤드폰이 책상 아래로 떨어졌다. 승우는 이를 악문 채, 누르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승우는 다은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무릎 꿇던 무게가 일어서며 침이 턱에서 떨어졌다. 이성이 끊어진 게 맞았다. 책상에서 침대까지는 몇 걸음이었다. 다은을 눕혔다. 거친 손이 가슴으로 갔다. 단추를 풀어 내고, 옷이 어깨에서 밀려 내려갔다. 손바닥이 드러난 가슴을 덮자 다은의 신음이 터졌다. 입을 맞췄다. 어제 어둠 속에서는 없었던 것이었다.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이미 방 안에는 새어머니와 아들의 관계가 남아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의 남자와 여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다은의 손이 승우의 목덜미를 잡았다. 옷이 더 벗겨지고, 키스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승우의 손이 허리를 끌어당겼다. 〔·〕 손이 가슴에서 내려갔다. 배, 그리고 그 아래. 음부를 스치듯 지나 손가락이 젖은 틈 사이로 밀고 들어갔다. 축축했다. 쉽게 열렸다. "아흑." 다은의 신음이 터졌다. 그 소리에야 승우의 손이 멈췄다. 이성이 그제야 돌아온 것 같았다. 방, 침대, 벗겨진 옷, 안에 들어간 손가락. 손이 그 자리에 굳었다. 귓가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멈추지 마." 그 소리에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신음이 커졌다. 다은의 허리가 손을 따라 떠올랐다. 안쪽이 손가락을 삼키고, 빼낼 때마다 물이 따라 나왔다. 그러다 다은이 몸을 뒤집듯 위로 올라왔다. 머리가 아래쪽으로 향했다. 다은의 음부가 눈앞에 열렸다. 젖어 있었고, 숨에 맞춰 작게 움직였다. 이미 넘어버린 선이었다. 멈추기가 더 이상했다. 승우는 입을 가져갔다. 혀를 굴렸다. 다은의 몸이 떨리고 신음이 터졌다. 그와 동시에 아래쪽에서 뜨겁고 젖은 입이 승우의 것을 다시 삼켰다. 두 사람의 숨이 같은 리듬으로 겹쳤다. 혀가 서로의 살을 놓지 않았다. 다은의 안쪽이 승우의 혀를 삼켰다. 젖은 틈이 벌어지고, 혀가 그 안으로 밀어 올려졌다. 아래에서는 다은의 입이 깊어졌다. 침이 기둥을 타고 흘렀고, 혀가 끝을 감아 빨았다. 쩝, 하는 소리가 다시 났다. 그 위에 질척이는 소리가 겹쳤다. 이성은 이미 멀리 있었다. 호칭도 집도 따라오지 못했다. 넘어버린 선 같은 것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방 안에는 남자와 여자만 남아 있었다. 승우의 손이 엉덩이를 벌렸다. 혀가 더 깊게 들어갔다. 다은의 다리가 승우의 머리를 감싸고, 발끝이 구겨졌다. 신음이 목을 막자 그 진동이 아래 입으로 떨어졌다. 다은은 더 깊이 삼켰다. 코가 배에 닿고, 침이 턱을 적셨다. 그 자세가 오래가지 않았다. 다은이 몸을 틀었다. 입이 떨어지며 침이 실처럼 이었다. 승우는 기다리지 않았다. 다은을 바로 눕히고 그 위에 올랐다. 입이 목으로 갔다. 혀가 쇄골을 훑고, 가슴을 물었다. 이가 젖꼭지에 살짝 스치자 다은의 등이 떠올랐다. "아흑."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승우의 혀가 배꼽 아래로 내려가, 이미 핥았던 자리를 다시 벌렸다. 다은의 손이 승우의 머리를 눌렀다. 허리가 혀를 따라 올라왔다. 다은이 어깨를 잡아 끌어당겼다. 입이 맞닿았다. 자기 몸의 맛이 혀에 남아 있었다. 키스가 깊어지는 사이, 아래가 먼저 맞닿았다. 끝이 젖은 틈에 닿자 다은의 무릎이 벌어졌다. 들어갔다. 어제 열렸던 길이 그대로 열렸다. 한 번에 끝까지 밀렸다. 안쪽이 조여 왔고, 다은의 숨이 짧게 끊겼다. 이마가 이마에 닿았다. 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깊어질 때마다 다은의 다리가 승우의 허리를 감았다. 살이 부딪히고, 물이 따라 나왔다. 헤드폰이 바닥에서 굴러가 있었다. 불이 켜진 책상, 내려간 바지, 그 모든 것이 그대로인 채 두 몸이 섞였다. 승우의 손이 허리를 잡아 끌어당겼다. 더 깊게 박혔다. 다은의 입이 벌어지고 신음이 키스 사이로 새어 나왔다. 혀가 다시 혀를 찾았다. 아래는 멈추지 않았다. "더." 그 말에 허리가 빨라졌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방을 채웠다. 다은의 가슴이 흔들리고, 승우의 입이 그 위에 내려가 혀로 물었다. 손톱이 등을 긁었다. 그 아픔이 허리를 더 세게 밀었다. 다은의 안쪽이 한꺼번에 조여 왔다. 허리가 뜨겁게 떨리고, 발가락이 구겨졌다. 그 조임이 승우를 잡아끌었다. 빼지 않았다. 끝까지 밀어 넣은 채, 안에 쏟았다. 열이 안으로 퍼졌다. 다은의 다리가 허리를 놓지 않았다. 숨만 방 안에 남았다. 승우는 빠지지 않았다. 허리가 다시 움직였다. 말이 없었다. 안에 쏟아 둔 것이 아직 그대로인 채, 조금 빠진 것이 다시 밀어 넣어졌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전보다 분명했다. 다은의 다리가 허리를 감은 채 느슨해지지 않았다. 다은의 입에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분명한 말은 아니었다. 숨과 신음 사이에서 으스러지는 중얼거림이었다. 그 소리가 승우를 더 밀어붙였다. 말은 없이 허리만 움직였다. "기환 씨…" 아침 안방에서 그 이름을 불렀다. 지금은 그 사람의 것이 안에 있지 않았다. 승우의 것이 들어가 있고, 그 이름이 다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허리가 짧게 굳었다가 다시 움직였다. "나… 역시 변태 같은 년인가 봐." 중얼거림이었다. 눈은 감겨 있었고, 손은 승우의 등을 짚고 있었다. 그 소리가 승우의 귀를 긁었다. 약간의 배덕감이 왔다. 아버지의 여자였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이었고, 어머니라고 불러야 하는 사람이었다. 겨우 그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을 뿐인데, 자신보다 어렸다.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허리가 세졌다.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커졌다. 다은의 몸이 밀려 올라가고, 머리가 베개 쪽으로 갔다. 중얼거림이 신음에 덮였다. 기환 씨, 라는 조각이 그 사이로 다시 새어 나왔다. 승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더 깊게 박았다. 말이 없는 채로 허리를 세게 움직였다. 다은의 안쪽이 조여 왔고, 그 이름이 신음 사이로 다시 흘렀다. 승우는 그녀를 뒤집었다. 안에서 빠진 것은 잠깐이었다. 어깨를 잡아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 다시 밀었다. 한 번에 끝까지 들어갔다. 다은의 신음이 베개 속으로 커졌다. 한 손은 허리를 눌러 붙이고, 다른 손이 머리채를 쥐었다. 당겨지자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숨이 열렸다. 승우는 말없이 허리를 세게 밀어붙였다.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에 짧고 분명했다. 손바닥이 엉덩이를 때렸다. 소리가 났다. 다은의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안쪽이 한꺼번에 조여 왔고, 허리가 앞으로 꺾였다. 다시 한 번 때리자 신음이 더 커졌다. 살갗이 붉어지는 것이 손바닥에 남았다. "아흑…!" '아버지, 도대체 어떻게 하셨길래.'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허리가 더 거칠어졌다. 머리채를 잡은 손이 당기고, 다른 손이 허리를 눌러 붙인 채 깊게 박았다. 다은의 손이 시트를 움켜쥐었다. 몸이 밀릴 때마다 신음이 베개를 적셨다. 승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움직임만 더 세졌다. 허리가 멈추지 않았다. 머리채를 잡은 손이 당긴 채로, 승우는 뒤에서 세게 밀어붙였다. 다은의 무릎이 벌어지고, 시트를 쥔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엉덩이의 붉은 자리가 불을 받아 선명했다. 박힐 때마다 그 살이 흔들렸다. 다은의 팔이 먼저 풀렸다. 베개에 얼굴이 파묻히고, 신음이 막혔다 터졌다. 안쪽이 리듬을 잃고 조여 왔다. 허리가 앞으로 꺾이며 경련이 한 번 더 일었다. 그래도 승우는 빼지 않았다. 말이 없었다. 움직임만 남았다. "안, 아흑—" 그 소리가 끊겼다. 다은의 몸이 크게 떨리고, 안쪽이 승우를 물고 놓지 않았다. 물이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시트가 젖었다. 승우의 숨이 목에서 거칠어졌다. 머리채를 놓치지 않은 채 끝까지 밀어 넣었다. 안이 조여 오는 그 자리에, 다시 쏟았다. 열이 퍼지고, 허리가 짧게 굳었다. 움직임이 그제야 느려졌다. 다은이 엎드린 채 숨을 몰아쉬었다. 머리채에서 손이 미끄러져 내렸다. 붉은 손바닥 자국이 엉덩이에 남아 있었다. 책상 불은 아직 켜져 있었고, 헤드폰은 바닥에 그대로였다. 방 안에는 숨만 남았다. 승우가 몸을 숙였다. 아직 빠져 나오지 않은 채로, 다은의 등 위에 숨이 내려앉았다. 귓가에 입이 가까워졌다. 며칠을 부르려다 멈춘 소리가 입 안에 남아 있었다. 식탁에서도, 복도에서도, 그 소리는 나오다 말았다. 던지듯 말했다. "어머니, 이게 좋아?" 다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무 말도 없었다. 시트를 쥐던 손가락이 풀렸다. 숨이 짧게 끊기고, 귓가의 그 소리만 하얗게 남았다. 몸이 작게 경련했다. 비어 버린 머리 아래로, 아직 안에 남아 있는 열만 느껴졌다.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숨이 먼저 깨졌다. 하얗던 머리 아래로 말이 새어 나왔다. 신음과 섞였다. 끊기고, 붙고, 다시 끊겼다. "그 말… 하면… 안 되는데…" 아흑, 하는 소리가 그 사이에 끼었다. 안 되는데, 가 신음에 덮이고, 신음이 다시 안 되는데, 를 밀었다. 다은의 안쪽이 더 조여 왔다. 아직 안에 있는 것을 물고, 놓지 않았다. 승우가 그 조임을 느꼈다. 귓가의 그 소리가 아직 남아 있는 채로, 다은의 허리가 작게 떨렸다. 하면 안 되는데, 라는 말이 베개 속으로 으스러졌다. 몸은 반대로 갔다. 조임이 허리를 잡아끌었다. 승우가 다시 움직였다. 천천히, 그러나 깊게. 빠져 나가다 말고 밀어 넣어졌다. 다은의 숨이 베개에 막혔다. 안 되는데, 가 입 안에서 으스러지고 신음만 남았다. 허리가 뒤로 밀렸다. 말은 거절이었는데 몸은 아니었다. 승우의 손이 다은의 옆구리를 짚었다. 귓가에 남아 있던 그 소리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박힐 때마다 안쪽이 더 조여 왔다. "하아… 안—" 그 말도 끝까지 가지 못했다. 다은의 손가락이 시트를 다시 쥐었다. 승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허리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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